2편: 작은 상처, 거대한 경보: 몸 안의 첫 번째 방어선, 선천성 면역

2편: 작은 상처, 거대한 경보: 몸 안의 첫 번째 방어선, 선천성 면역

어쩌다 손가락에 작은 가시가 박히거나, 무심코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인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에이, 별것 아니네.” 하고 소독약만 바르고 넘기기 일쑤죠.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우리 몸 내부에서는 마치 조용한 숲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처럼,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시작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을 따라 외부의 불청객들, 즉 세균과 같은 미생물들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인 우리의 피부를 넘어 은밀히 침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몸의 가장 바깥을 감싸고 있는 피부는 외부 세계와 직접 접촉하는 중요한 장벽입니다. 마치 광활한 사막처럼 건조하고 염분이 많으며, 독성 물질(방어 단백질)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심지어 피부 표면은 지속적으로 죽은 세포들이 벗겨져 나가며 침입자들이 발붙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철통 방어에도 불구하고, 못처럼 날카로운 물체는 이 견고한 방어막을 뚫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침입이 시작되면,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 시스템, 바로 선천성 면역이 즉각적으로 활성화됩니다. 마치 마을에 도둑이 들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오는 지역 보안관과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대식세포(Macrophage)입니다. 이들은 평소 우리 몸 곳곳을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침입이 감지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여 위협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립니다.

대식세포는 '청소부'이자 '초동 대응 요원'입니다. 이들은 손상된 세포 조각과 침입한 세균들을 '집어삼키는' 식균 작용을 통해 제거하고, 동시에 화학 물질(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주변의 다른 면역 세포들을 '긴급 소집'합니다.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한 보안관이 무전으로 지원군을 요청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식세포의 SOS 신호를 받고 혈관 속에서 빠르게 이동해 오는 또 다른 중요한 선천성 면역 세포가 있습니다. 바로 호중구(Neutrophil)입니다. 이들은 마치 훈련된 특수 부대처럼, 대량으로 전장에 투입되어 파괴적인 공격을 감행합니다. 호중구는 세균을 직접 삼키는 것은 물론, 강력한 항균 물질을 방출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소독하는 '화학적 공격'을 펼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몸을 던져 DNA 그물(NETs: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을 형성하여 세균들을 꼼짝없이 포획하는 '자폭 특공대'와 같은 역할도 수행합니다.

우리가 상처 부위에서 느끼는 붉어짐, 부어오름, 뜨거움, 통증, 이른바 염증(Inflammation)은 바로 이 선천성 면역 세포들의 활발한 활동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혈관이 확장되어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붉어지고 뜨거워지며, 혈관 밖으로 체액이 빠져나와 부어오르게 됩니다. 또한, 면역 세포들이 분비하는 화학 물질들은 신경 말단을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 우리에게 해당 부위를 보호하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이처럼 선천성 면역은 외부의 침입에 맞서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대응하는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이들의 신속한 초기 대응 덕분에 대부분의 작은 상처는 큰 문제없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더 강력하고 정교한 방어 시스템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 몸이 어떻게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맞춤형 무기를 만들어내는 두 번째 방어 시스템, 적응성 면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